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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건강하게 하는 정보/마음 건강
공허함의 심리학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원인, 실존적 감정, 행동 패턴, 회복 훈련법)
by inforhouse 2025. 4. 19.

공허하게 창밖을 바라보고있는 사진

1. 공허함이 찾아오는 날 – 누구에게나 오는 감정의 무게

"괜히 멍하니 앉아만 있고 싶었던 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뭘 해도 의미 없어 보였던 순간."
아마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도 기지개조차 피기 싫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일조차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우리 마음속을 가득 채우는 건 바로 **'공허함'**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공허함을 단순한 무기력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기 정체감의 혼란, 정서적 결핍, 삶의 방향 상실에서 오는 복합적 감정으로 분류하죠.
정신과 전문의 권준수 교수는 공허함에 대해 "자신 안에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느낌,
그리고 그것이 지속될 때 삶의 동력을 잃게 된다"라고 설명합니다.
([출처: 권준수, 『마음의 병에 이름을 붙이다』, 2020])

특히 현대 사회는 끊임없는 비교, 빠른 속도, 디지털 자극 속에서
마음이 쉴 틈 없이 ‘비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허함을 더욱 부추깁니다.
심리학자 벤 쉐라프는 "오늘날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며
'존재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는데요,
그 결과,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삶의 감각'이 사라지는 공허함이 남습니다.
([출처: Tal Ben-Shahar, Happier, 2007])

진석도 그랬던 날이 있어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에 잡히지 않고, 말은 하고 싶지 않고,
괜히 혼자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가 하루를 넘긴 적.
그 하루가 두려울 정도로 텅 비게 느껴지던 순간 말이에요.


2. 공허함의 뿌리는 어디서 오는가 – 실존적 감정과 심리학적 원인

공허함은 실존심리학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감정 중 하나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실존치료의 대가 빅터 프랭클
“인간은 삶의 의미를 상실할 때, 내면이 공허로 채워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허함을 **‘실존적 공허(existential vacuum)’**로 정의하며,
이는 우울감, 중독, 허무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죠.
([출처: Viktor E. Frankl, Man's Search for Meaning, 1946])

현대 심리학에서 공허함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정체감의 혼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방향 상실
  • 감정의 억압: 슬픔·분노·외로움을 제대로 느끼거나 표현하지 못할 때, 감정의 공간이 비어버림
  • 애착결핍: 어린 시절 주요 타인(부모 등)과의 관계에서 생긴 정서적 공백
  • 정신적 번아웃: 과도한 책임, 목표 중심의 삶에서 내면 소모가 심화된 상태

이러한 공허함은 종종 우울증과 혼동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허함이 독립적인 상태이며, 오히려 우울보다
**"자신을 모호하게 만드는 상태"**라고 봅니다.
심리치료사 낸시 콜리어(Nancy Colier)는 "공허함은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Nancy Colier, The Power of Off, 2016])

즉, 공허함은 단순한 기분 저하가 아니라
존재의 근본에 대한 혼란과 연결된 깊은 심리적 상태입니다.


3. 공허함에 빠질 때 보이는 행동들 – 무기력, 회피, 과잉행동

공허함은 겉으로는 행동이나 습관의 변화를 통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행동 양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무기력: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오지 않기, 식욕 감소 또는 폭식, 일상 루틴의 붕괴
  • 회피 행동: TV, 유튜브, SNS에 중독, 타인과의 대화 회피, 혼잣말의 증가
  • 과잉행동: 감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쇼핑, 폭음, 지나친 운동 등에 몰입
  • 불안한 관계 맺기: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한 무리한 인간관계 맺기

심리학자 이렌 아담스는 “공허함은 외적 행동으로는 과잉이나 회피로 나타나며,
이는 내면의 정서적 진공 상태를 숨기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설명합니다.
([출처: Irene Adams, The Void Within, Journal of Existential Psychology, 2018])

진석도 가끔 이런 행동 패턴에 빠지곤 했어요.
넷플릭스를 켜놓고도 집중은 안 되고,
SNS를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면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느낌.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러지'보단, '지금 내가 비어있구나'라는 걸
인식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4. 텅 빈 마음을 다루는 법 – 공허함과 친구 되는 연습

공허함을 다룬다는 것은, 그것을 '없애려는 노력'이 아니라
함께 머물 준비를 한다는 것
입니다.
억지 긍정, 바쁜 일정으로 덮기, 자신을 책망하기 등은 모두
공허함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대신 심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권장합니다:

① 감정을 명명하고 받아들이기

"나는 지금 공허하다"는 문장을 입 밖으로 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명명은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고, 두려움을 줄이는 힘이 있습니다.
(Matthew Lieberman, UCLA 사회인지 신경과학연구소)

② 감각 회복 훈련

텅 빈 마음은 감각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럴 때는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거나, 천천히 걷거나,
향이 좋은 차를 마시는 식으로 오감을 깨워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③ 감정 일기 & 루틴화

매일 저녁, 지금의 감정을 한 줄로 적는 일기만으로도
내면의 공허함을 구체화하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통제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④ 타인과 연결하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감정 공유는 공허함을 덜어주는 데 중요합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다"라고 말해보세요.
그 말이 당신을 다시 관계의 세계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디스크립션 요약

공허함은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욕 부족이 아닙니다.
정체감의 혼란, 감정의 억압, 실존적 불안에서 비롯된
심리학적으로 복잡한 감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공허함의 정의와 뿌리, 드러나는 행동 패턴,
그리고 다루는 방법까지 심층적으로 다뤘습니다.
텅 빈 마음이 찾아올 때, 억지로 덮기보다는
그 감정과 함께 앉아주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