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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수면의 상관관계 – 불면증이 학습력과 창의력에 미치는 영향
by inforhouse 2025. 4. 14.

기억과 수면의 관련된 그림

밤을 새우며 공부하거나 일을 해본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밤이 반복되면, 집중이 안 되고, 익혔던 정보가 새어나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죠. 저는 특히 중요한 회의나 글쓰기를 앞둔 날, 잠을 설쳤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단어 하나가 쉽게 생각나지 않아 곤란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연 불면증은 우리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수면과 기억력, 그리고 창의적 사고 능력 사이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불면증이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1. 수면과 기억: 잠자는 동안 우리는 공부를 완성한다

수면은 단지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하는 핵심적인 뇌 활동 시간입니다. 특히 학습한 내용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주로 깊은 NREM 수면(특히 서파수면) 동안 일어납니다.

  • 2001년 하버드 의대의 로버트 스틱골드(Robert Stickgold) 교수는 실험을 통해 “학습 직후 수면을 취한 집단이 수면을 취하지 않은 집단보다 단기 및 장기 기억 점수가 월등히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2013년 Nature Neuroscience에서는 “수면은 뇌의 해마와 신피질 간 정보 이동을 통해, 학습 내용을 정리하는 기능을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공부는 깨어 있을 때 절반, 자는 동안 절반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정리한 후,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검토해 보면 더 명확하고 구조화된 사고가 가능해졌던 경험이 많았습니다. 바로 그 밤 사이, 제 뇌가 무의식적으로 정리를 도와준 것이겠죠.


2. 불면증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 학습력 저하의 메커니즘

불면증이 기억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건 더 이상 추측이 아니라 명확한 신경과학적 사실입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의 **해마(hippocampu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고, 이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기존 정보를 꺼내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 2007년 UC버클리의 매튜 워커(Matthew Walker) 교수는 Nature Neuroscience 지에서 “수면이 부족한 경우 해마의 활성도가 최대 40% 이상 저하된다”라고 밝혔습니다.
  • 특히 수면 부족은 **시냅스 연결과 재정렬 과정(synaptic consolidation)**에 지장을 주어, 기억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거나 왜곡된 형태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한동안 불면을 겪던 시기, 저는 책을 읽고도 중요한 내용을 다음 날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나중에야 이게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정보 저장 기능 자체가 떨어진 결과였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3. 수면과 창의력: 연관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기억력뿐 아니라, 창의성도 수면과 매우 깊은 관계를 갖습니다. 특히 **REM 수면(얕은 꿈 수면 단계)**에서는 뇌의 연결망이 유연해지고, 새로운 관점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2009년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REM 수면 중에는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조합 능력이 향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 독일 뤼벡 대학의 한 연구에서는 “REM 수면 후 참가자의 창의적 문제 해결률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저는 특히 문제 해결이 막히는 날, 억지로 아이디어를 쥐어짜기보다는 하루를 쉬고 잠을 푹 자고 나면 다음 날 자연스럽게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과학적으로 보면, 그건 단순한 운이 아니라 REM 수면이 제 뇌 안에서 새 연결을 만들고 있었던 결과였던 거죠.


4. 불면증이 창의력까지 방해할 수 있다 – 장기적 손실의 시작

문제는, 불면증이 지속되면 이 창의적 연결망까지 무너진다는 것입니다.
수면 부족은 뇌의 전두엽 활동을 억제하고, 감정 조절 능력과 주의 집중 능력을 저하시킵니다. 결과적으로 뇌는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유연성을 잃게 되죠.

  • 2016년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창의적 발상 점수(CRT)와 아이디어 다양성 점수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라고 밝혔습니다.
  • 특히 수면 부족은 전두엽 피질의 활성 저하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통찰(insight) 능력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한동안 업무에 몰두하느라 매일 새벽 2~3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생각이 뻣뻣해지고,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것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더 이상 창의적이지 않다는 자괴감이 찾아왔던 게 가장 무서웠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수면이 창의력의 근본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디스크립션 요약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닙니다. 기억을 정리하고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두뇌 활동의 핵심 시간입니다. 불면증이 지속될 경우, 뇌의 해마와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며, 이는 학습력 저하와 창의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면과 기억력·창의력의 관계를 뇌과학 기반으로 분석하고, 불면증이 장기적으로 어떤 손실을 가져오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뇌가 빛나는 시간은 자는 동안 만들어집니다. 기억하고 싶다면, 잠을 자야 합니다.


외부 인용 출처

  • Stickgold R. (2001). Harvard Medical School, Nature Neuroscience
  • Rasch & Born (2013). "About sleep's role in memory", Nature Reviews Neuroscience
  • Walker MP. et al. (2007). Nature Neuroscience, “The role of sleep in memory consolidation”
  • Cai DJ et al. (2009). PNAS, “REM, insight, and creative problem solving”
  • Benedek M et al. (2016).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Sleep and divergent thinking perfor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