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을 겪는 동안 체중이 늘어난 경험, 혹시 있으셨나요?
저 역시 한때 수면이 불규칙해졌을 때 체중이 조금씩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활동량이 줄어서 그런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수면 부족 자체가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불면증, 체중 증가, 수면 부족 사이의 과학적 연관성을 다양한 연구와 함께 소개해드리고,
왜 ‘다이어트를 하려면 먼저 자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는지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1. 수면 부족이 식욕을 자극하는 이유 – 렙틴과 그렐린 이야기
우리가 잘 자지 못한 다음 날, 유독 당이나 기름진 음식이 당겼던 적 있으신가요?
그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호르몬 작용 때문입니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식욕을 조절하는 두 가지 주요 호르몬인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의 균형이 깨집니다.
- 렙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 수면 부족 시 분비가 감소함
- 그렐린: 배고픔을 유발하는 호르몬. 수면 부족 시 분비가 증가함
즉,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우리는 배는 고프고, 포만감은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실제로 시카고대학교의 2004년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한 피실험자들은
그렐린 수치가 평균 28% 증가, 렙틴 수치는 18% 감소했으며, 고탄수화물 음식에 대한 갈망이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출처: Spiegel K et al., Leptin levels are reduced and ghrelin levels are increased in short sleep duration, PLoS Med, 2004.
이런 호르몬 불균형은 단지 하루치 식사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닙니다.
지속되면 만성적인 과식 상태와 연결되어, 체중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2. 불면이 초래하는 대사 저하 – 살이 찌기 쉬운 몸
단순히 많이 먹는 것 외에도, 수면 부족은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 자체를 느리게 만듭니다.
이는 같은 양을 먹더라도 더 많은 지방이 축적되는 몸 상태가 된다는 뜻이죠.
수면은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주요 생리작용 중 하나입니다.
충분한 수면이 확보되지 않으면, 몸은 에너지 절약 모드에 들어가고, **기초대사량(Basal Metabolic Rate)**이 저하됩니다.
이는 곧, **‘같은 칼로리 섭취에도 더 살이 찌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죠.
2008년 벨기에 루뱅대학교 연구에서는 수면 시간과 대사율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6시간 이하의 수면을 반복한 사람들은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이 평균 8%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출처: Schmid SM et al., Short-term sleep loss decreases physical activity under free-living conditions,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09.
게다가 불면증이 지속되면, 신체 활동량 자체도 줄어들기 쉽습니다.
만성 피로로 인해 운동이나 활동을 꺼리게 되고, 이는 열량 소비 감소 → 지방 축적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3. 수면 부족과 인슐린 저항 – 당분 섭취 욕구와 혈당 문제
수면 부족이 **인슐린 감수성(insulin sensitivity)**을 저하시킨다는 연구들도 많습니다.
인슐린은 우리 몸이 혈당을 처리하고, 에너지를 세포에 전달하도록 도와주는 호르몬인데,
수면이 부족하면 이 작용이 원활하지 않게 됩니다. 즉, 혈당이 높아지고, 지방 저장이 촉진됩니다.
하버드 의대의 연구진은 2010년 실험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5일간 수면을 5시간 이하로 제한했을 때
**인슐린 저항성 지표(HOMA-IR)**가 평균 20% 이상 악화됐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출처: Buxton OM et al., Adverse metabolic consequences in humans of prolonged sleep restriction combined with circadian disruption, Sci Transl Med, 2012.
그뿐만 아니라, 인슐린 저항은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을 반복적으로 찾게 만들고, 이는 지방 축적과 복부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수면 부족은, 단순히 ‘야식이 당기는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신체 대사와 호르몬 시스템이 조절력을 잃는 생리학적 문제로 보아야 합니다.
4. 건강한 체중 관리를 위한 수면 전략
체중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습관이 ‘식단’이나 ‘운동’이 아니라,
바로 **‘수면 습관’**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수면을
비만 관리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면 습관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까요?
- 7시간 이상의 수면 확보: 성인의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7~8시간입니다. 이 기준 이하일수록 비만 위험은 올라갑니다.
- 취침·기상 시간 고정: 일정한 생체 리듬이 호르몬 분비를 안정시키고, 렙틴·그렐린 균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 전자기기 차단: 스마트폰과 TV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을 방해합니다.
- 수면 전 가벼운 스트레칭과 명상: 수면 유도 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미국 CDC는 “수면 습관 개선은 비만을 포함한 만성질환 예방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수면과 체중 관리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출처: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Sleep and Chronic Disease (2020)
디스크립션 요약
수면 부족은 단지 피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체중 증가의 뿌리가 될 수 있습니다.
렙틴과 그렐린의 불균형, 대사 저하, 인슐린 저항까지…
불면증은 우리 몸의 에너지 시스템과 식욕 조절 회로를 왜곡시켜, 다이어트 실패의 숨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진짜 체중 관리를 원하신다면, 먼저 잠을 깊고 충분히 자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몸이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잘 자는 시간이 당신의 건강을 더 많이 좌우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Spiegel K et al. (2004). Leptin levels are reduced and ghrelin levels are increased in short sleep duration. PLoS Med.
- Schmid SM et al. (2009). Short-term sleep loss decreases physical activity under free-living conditions. Am J Clin Nutr.
- Buxton OM et al. (2012). Adverse metabolic consequences in humans of prolonged sleep restriction. Sci Transl Med.
- CDC (2020). Sleep and Chronic Diseas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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