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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건강하게 하는 정보/마음 건강
싫다고 말하면 나쁜 사람일까? – 건강한 경계 설정의 심리학(거절불안, 착한 사람 콤플렉스, 경계 설정 실패 원인, 건강한 경계 회복법)
by inforhouse 2025. 4. 17.

타인에게 벽을 치는 그림

1. 거절이 두려운 마음,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들

“싫다고 말하면 이 관계가 어긋날까 봐 두려워요.”
이런 감정은 단지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절 불안’**이라는 심리적 패턴일 가능성이 큽니다. 경계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상대가 상처받을까 두려워하거나, 자신이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해 결국 ‘원하지 않는 선택’을 반복하게 됩니다.

거절 불안은 어린 시절 경험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을 표현하면 부모에게 혼나거나, “착한 아이는 참는 거야”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자란 경우,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기대를 우선시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율성과 자기주장에 대한 죄책감을 심고, 경계 설정 자체를 불안하게 만드는 심리적 토양이 됩니다.

또한 사회문화적인 맥락도 거절을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관계 중심의 문화에서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강하며, 갈등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거절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2. 착한 사람 콤플렉스 – ‘좋은 사람’의 가면을 벗지 못하는 이유

“나는 착한 사람이어야 해.”
이런 믿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심리적 굴레가 되기도 합니다. 이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고, 욕구를 미루며,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자존감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가 타인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잃는 것이 곧 존재의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착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신념이 강화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착한 사람의 모습이 진짜 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고 타인을 우선하는 삶은 결국 감정적 소진, 관계에서의 불균형, 그리고 내면의 분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살아가는 대가는 결국 자신을 잃는 것이다.”
(출처: Modern Man in Search of a Soul, 1933)

자신을 지키기 위해 착한 가면을 쓴다면, 우리는 관계 안에서 점점 더 진짜 자신을 숨기게 됩니다. 그것이 결국 더 큰 거리와 상처를 만드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는 것이죠.


3. 경계 설정이 어려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한 경계 설정이 어려운 이유는 단지 ‘용기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복잡한 심리적 원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자기감정 인식의 어려움
    자신이 뭘 원하고 뭘 싫어하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면, 당연히 경계를 설정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정서 인식과 자기표현 능력 부족에서 비롯됩니다.
  2. 내면의 비판적 목소리
    "그렇게 말하면 이기적인 사람처럼 보여", "상대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같은 내면의 목소리는 자기표현을 억제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3. 과거의 관계 경험
    경계를 표현했다가 비난받거나,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거절과 단호함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이 학습되어 버립니다.
  4. 인정 욕구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통해 자신을 유지하는 사람은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경계를 모호하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에서는 이러한 경계 설정 어려움을 **‘자기와 타인의 경계선이 흐려진 상태’**라고 봅니다. 감정적·물리적·시간적 영역에서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타인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4. 건강한 경계를 회복하기 위한 심리적 연습

그렇다면 건강한 경계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경계를 세우는 일은 타인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면서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실천 가능한 심리적 연습 방법입니다:

  1. ‘싫다’는 감정을 허용하는 연습
    나에게 불편한 부탁이나 요구가 있을 때, 스스로에게 “나는 싫을 권리가 있다”라고 말해보세요. 거절은 나쁜 것이 아니라 ‘자기 보호’라는 프레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2. 작은 거절부터 시작하기
    모든 사람에게 갑자기 단호하게 바뀌기 어렵습니다. 일상 속 사소한 일부터, “지금은 어려워요”, “그건 제가 생각해 볼게요”처럼 완곡한 거절을 실천해 보세요.
  3. ‘경계를 세워도 괜찮다’는 경험 쌓기
    경계를 설정했을 때 상대가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는 경험은, ‘내가 해도 되는구나’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두려움도 줄어듭니다.
  4. 자기감정 일기 쓰기
    매일 자신이 느낀 감정과 ‘어디에서 경계를 놓쳤는지’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패턴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심리상담 전문가 에린 포즈너(Erin Pizzey)는 이렇게 말합니다:

“경계 없는 친절은 자기 파괴와 같다.”
(출처: Prone to Rage, 1998)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성숙한 태도입니다. 건강한 관계는 내 감정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요약

경계 설정은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핵심 기술입니다. 하지만 거절 불안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종종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게 합니다. 경계 설정의 실패 원인은 자기감정 인식의 어려움, 과거의 관계 상처, 인정 욕구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작은 거절 연습, 감정 기록, 자기표현 훈련을 통해 건강한 경계 회복은 충분히 가능하며, 이는 결국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시작점이 됩니다.